(사)한국정치평론학회 언론보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미디어오늘] 한국정치평론학회(회장 김재홍 경기대 교수)는 지난 15∼21일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등 4개 일간지에 나온 사설, 칼럼, 기획특집 등 정치칼럼을 평가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내부칼럼’ 평가결과는 분석을 마치지 않아 발표에서 빠졌다.
정치평론학회는 이날 발표한 ‘총선관련 정치평론 평가’에서 신문 사설을 평가하기에 앞서 탄핵정국으로 변화된 정치지형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면서 △탄핵바람 속에서 총선 쟁점이 사라졌고 △탄핵에 항의하는 자의적 군중과 승리감에 도취한, 군중의 이중적 성격을 규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군중을 거역하지 못한 한겨레와 경향
정치평론학회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사설이 ‘시대착오적’이라고 혹평했다. “승리감에 도취한 군중에 아부하는, 그 군중을 사유하지 못하게 하는, 그 군중을 거역하지 못하는 사설만을 게재했다”고 평가한 이 학회는 “지금은 1987년이 아니다.
오늘의 군중은 이미 승리한 군중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학회는 한겨레의 경우 정치관련 사설 11회 중 4회를 촛불집회를 적극 옹호하는 데 할애하는 등 촛불집회에 너무 열광한 나머지 촛불집회가 안고 있는 논쟁적 쟁점은 외면한 채,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속마음을 다 드러내 보였다고 평했다.
경향신문의 상황인식도 1987년에 매여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야당에 대한 불신이 곧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의식했으면서도 군중과 대중을 거역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야당에게 굴욕적 패배를 안겨주지 않고, 승리한 군중에게 자신의 승리를 상대화하도록 만드는 잠재적인 쟁점을 논쟁으로 만들지 못했다.
반면 정치평론학회는 조선·중앙일보가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은 한 주 동안 정치관련 사설 11개 중 4개를 ‘방송 문제’에 할애하는 등 탄핵정국의 문제를 회피하고 지엽적인 행위자를 집요하게 비난했지만, 이런 모습은 “조선일보는 고뇌하고 있으며, 이같은 고뇌와 사유는 개선을 의미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했다.
중앙일보는 헌법재판소에 ‘신속한 결정’ 또는 ‘신중한 결정’만을 요구한 다른 언론과 달리 헌재판결이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다는 사정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외부 칼럼이 살린 조선일보
정치평론학회는 외부칼럼부문의 경우 이 기간동안 총 36개가 실려 3월 첫째, 둘째 주에 비해 양적으로 최대 7배 증가했고, ‘공론화를 저해하는 정치평론’의 비율도 33.3%로 떨어져 이전보다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공론화 저해도가 높은 정치칼럼은 조선 3회(전체 9회), 중앙 4회(7회), 경향 3회(9회), 한겨레 2회(12회)가 선정됐다.
특히 조선일보는 이전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외부칼럼 9편을 싣는 등 정치평론이 내부필진에서 외부필진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정치평론학회는 “편파적인 내부칼럼을 게재하던 조선일보가 독자들로부터 배척받지 않기 위해 외부칼럼을 통해 생존을 도모했다”는 해석을 곁들이며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고의 외부칼럼 한겨레 백낙청 교수 글 선정
정치평론학회는 지난 19일 한겨레에 실린 백낙청 교수의 칼럼 <온전한 나라 만드는 중>을 이 주의 최고 외부 칼럼에 선정했다. 백 교수의 칼럼이 탄핵정국을 유기적으로 파악하고 원인과 책임을 비율적인 관점에서 규명해 탄핵정국의 논쟁과정이 ‘두루 온전한 나라 만들기의 큰 공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반면 최악의 칼럼으로는 조선일보가 지난 16일 게재한 권영준 교수의 칼럼 <’경제적 탄핵’만은 막아야>가 선정됐다. 권 교수의 칼럼은 ‘대중성’이란 기준에서 본다면 최고의 칼럼일 만큼 적절한 비유와 쉬운 표현으로 글을 작성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사태 책임 규명보다는 정치권 전체를 비난했고 △비행기의 비유를 통해 국민을 정치적 금치산자로 만들 수 있는 부적절한 논리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주장으로 점철됐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집기사 지역보단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정치평론학회는 한 주간 동안 탄핵의 반민주성을 부각시키는 기획특집 기사들은 “탄핵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가를 강조하기 위해 다른 종류의 비민주성을 생산하고 있다”며 “평소에는 비정치적 주체로 간주되는 ‘주부…노인…연인들도’ 촛불시위에 나섰다는 식의 기사는 보수세력을 비판하기 위해 이들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대통령-국회의원-국민이나 아버지-형-자식으로 비유하는 기사는 가족 구성원이 근본적으로 평등하지 않다는 위계를 근본적으로 정당화하거나 전제하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한겨레 등 언론이 지역별 민심르뽀를 게재했지만 “지역 모순에 대한 분석과 대안 모색보다는, 정체성의 극악한 단점을 중심으로 보도했다”면서 “지역주의 전선 외에도 성별, 계급별, 연령별(혹은 장애, 성적 정체성 등) 모순으로 정치 전선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